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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서 핫한 부동산 물건 떴다"…발디딜 틈없이 꽉찬 경매 법정

[르포]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 현장 가보니, 2~3회 유찰된 물건에 수십명씩 몰려
이원호 수습기자

"지금까지 부동산 경매하러 법정에 수백번 넘게 왔는데 이렇게 깨끗한 물건은 처음이에요."

지난달 28일 경기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경매 법정에서 만난 금융사 임원 A씨는 경매에 나온 4층 짜리 다가구주택 물건을 극찬했다. 건물 상태나 입지를 고려할 때 가격이 저렴하고 명도 이슈도 거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물건은 경매에 참여한 인원(123명)의 35%에 해당하는 43명이 몰릴 만큼 주목받았다.

지난달 28일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고양지원 경매 법정의 모습 / 사진 = 이원호 수습기자

이 부동산의 최저 경매가는 9억 6758만원으로 앞서 2번 유찰되며 감정가 19억 7465만원의 절반 아래로 가격이 떨어졌다. 투자 매력도가 높다보니 유튜브에서도 이 주택을 추천하는 영상이 5개가 올라왔고 조회수는 모두 1만4000회 가량을 기록했다.

낙찰가(14억7910만원)가 발표되자 법정 전체가 술렁였다. 현장에서는 "내가 쓴 가격은 택도 없네" "유튜브 힘이 대단하긴 하다" "1회 유찰가보다 낙찰가가 높다" 등의 이야기가 터져나왔다.

이날 법정에는 약 170명이 몰려 사람으로 빼곡했다. 앉을 수 있는 자리(88개)는 일찍이 다 찼고, 뒤쪽에 서면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로 내부가 혼잡했다. 사람이 많아서 숨이 막힐 지경이라며 잠깐 나가있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 2030세대 등 초보자, 저렴한 매물 찾아 경매법정으로
기자가 찾은 고양지원에는 2030세대 비중이 약 30%에 달했다. 이들은 대부분 여러차례 유찰되며 시세 대비 대폭 저렴하게 나온 아파트 물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경기·인천의 경우 유찰저감율이 30%다보니 1회 유찰시 최저경매가가 30%씩 낮아지기 때문에 두 번만 유찰돼도 가격이 절반 아래(감정가의 49%)로 내려간다.

서울 근교에 거주하고 있는 한 30대 신혼부부는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전용 59㎡)를 3억 2550만원에 낙찰받았다. 2023년 3월 기준 해당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4억원 선으로 이들 부부는 시세보다 20% 저렴한 가격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부부는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라 실거주 목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며 "인근 부동산을 돌면서 시세를 분석하고 입찰가를 정했는데, 이렇게 낙찰받게 돼 기분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경매 공부를 했다는 한 남성은 "요즘 경매 카페에 신규 가입하는 사람들 연령대를 보면 30대가 대다수"라며 "초보자들이 많이 유입되는 것은 지난 상승기에서 집을 갖지 못한 분노랄지, 아쉬움이랄지 이런 것들을 만회하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고 짐작했다.

(사진 = 머니투데이방송)

법원경매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서울 8명, 인천 10.4명, 경기 13.7명이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시장의 열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응찰자 수가 많이 늘어나는 걸로 봐서는 신규 유입자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서 예전보다 정보가 많이 공개돼 있기 때문에 젊은층이 접근하기 좋고 공부하기도 쉬워졌다"고 진단했다.

◆ "경매 물량, 올해 하반기부터 쓰나미처럼 유입된다"

(사진 = 머니투데이방송)

수도권 경매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면 올해 들어 낙찰률은 크게 증가(23%→33%)했지만 이에 비해 낙찰가율(74%→77%)의 변화는 미미한 상황이다. 낙찰률은 경매에 부쳐진 물건이 낙찰되는 비율을,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을 뜻한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경매에 대한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고금리 등으로 인해 참여자들이 여전히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물건은 2~3번씩 유찰돼서 최저경매가가 특히 저렴하게 나온 물건들"이라며 "그런 물건에 몇 십명씩 몰리는 것이 요즘 수도권 경매 법정에서의 공통 현상"이라고 전했다.

이어 강 대표는 경매 물량 급증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설 전에는 관망하는 수요가 많았는데 설 이후로는 경매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참여자가 늘었다"며 "빌라왕·건축왕 사태 등 보증금 반환 문제가 있어 경매 넘어온 물건들, 그리고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아 경매에 넘어온 물건들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 쓰나미처럼 유입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직 '부동산 가격 바닥론'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이원호 머니투데이방송 MTN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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